- 이 글에서 영화의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봐도 상관없으신 분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숨을 쉬며)인간들이 싫어요"라는 대사와 함께 안남시에서 단독주택이 밀집한 모습의 지역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중간중간에 악덕 시장 박성배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있기도 하고 내레이션에서도 안남시장 박성배를 악덕 시장이자 조폭과 같은 인간이라고 소개합니다. 근데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 영화엔 악당만 있고 선한 역할의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아수라」영문판 포스터 |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미 나쁜 정치인이 나오는 드라마, 영화를 많이 보던 시기라서 이 영화도 별반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봤는데 이 영화는 한마디로「아수라장(개판 5분 전)」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중 "저렇게 나쁜 사람이 시장으로 뽑힐 수도 있나...?" 라고 생각을 계속하면서도 박성배를 감옥에 집어넣으려는 김차인 검사가 경찰 한도경한테 대하는 태도를 보고 "조폭이 검사가 된다면 저런 모습이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아수라」스틸컷 중 경찰 한도경(정우성)과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모습 |
개인적으로 정우성 배우가 역할을 맡았던 경찰「한도경」역할이 정말 안쓰러웠습니다. 박성배한테 수백, 수천만 원을 받으며 온갖 나쁜 짓은 한도경이 전부 처리했는데 이 점과 박성배 동생과의 결혼으로 박성배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박성배에게 버려질 각을 보고도 그동안의 한 일로 협박하는 검사 김차인한테도 제대로 붙어먹지 못합니다. 그 둘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온갖 맘고생 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아수라」스틸컷 중 경찰 문선모(주지훈), 한도경(정우성)의 모습 |
주지훈 배우의「문선모」역할도 흥미로웠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땐 경찰 한도경과 형·동생하는 사이로 순박했던 동생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시장 박성배 밑에서 한때 한도경이 했던 나쁜 일을 도맡아 하며 점점 악당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영화 중반부 사람을 수이며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악한 역할을 익숙하게 하는 것을 보며 순했던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아수라」스틸컷 중 검사 김차인(곽도원) 모습 |
처음에 안남시장 박성배의 추악한 모습을 들춰내려는 정의로운 검사 김차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얘도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웅 작가가 쓴 책, 이선균 배우가 나온 드라마 , 하다못해 다큐를 보면「검사」란 직업은 물밀듯이 쏟아져나오는 종이 문서와 싸우는 직업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아수라」영화에서는 그냥 "악당이 검사가 된다면 이런 사람이겠구나"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아수라」스틸컷 사진 중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영화에서 좋은 사람은 단 한명도 안 나옵니다. 그나마 은실장이 좋게 보였는데 박성배 밑에서 나쁜 일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이 영화는 좋은 사람은 안 나오는 걸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에 마지막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가 된 장례식장 싸움 장면을 보면 뭐 이런 막 나가는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그런 영화에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이 나옴;;;)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유명한 배우들이 사람 목숨 파리목숨으로 아는 악당 역할을 맡아 도끼와 총을 들고 피 튀기게 싸우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 사진 및 내용 출처 - 구글: asura: city of madness , 네이버: 영화 아수라 및 스틸컷